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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야기 베뉴와 셀토스, 소형 SUV 시장 뒤흔들까?
2019-07-30 7204

꽉 찼다. 안 그래도 빼곡했던 소형 SUV 시장이 현대 베뉴와 기아 셀토스까지 등장하면서 물 샐 틈도 없이 가득해졌다. 최근 가장 치열한 시장으로 떠오른 소형 SUV 시장은 지금 어느 세그먼트보다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 QM3뿐이던 2014년 소형 SUV 시장은 3만3,000대 수준이었다. 쌍용 티볼리가 출시된 2015년에야 8만6,000대 수준으로 급격하게 팽창했는데, 이후에도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3년 동안 두 배 정도 성장해 2018년에는 약 17만대까지 부풀었다. 금년에도 상반기에만 10만대 가까이 판매됐다. 대체로 연 20만대 정도를 한계로 보는 시장인 것을 감안하면 이제 팔 만큼 다 팔았다는 얘기다. 경차처럼 소비자 이익이 분명한 모델이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큰 차를 선호하는 게 한국 시장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연 20만대 레드오션 소형 SUV 시장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든 베뉴와 셀토스 [출처: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실제 지난해 내수 연간 판매 톱 10을 살펴보면 소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모델은 턱걸이를 한 9위 기아 모닝과 10위 현대 코나뿐이다. 연 10만대를 넘어선 모델은 준대형 세단인 현대 그랜저와 중형 SUV인 현대 싼타페 딱 둘이다. 즉 이 두 차종을 합한 판매량이 소형 SUV 시장 전체와 맞먹는 셈이다. 국내 내수 시장의 구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서열이다.


욕심 적은 베뉴와 야심찬 셀토스

 

동급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티볼리와 코나 [출처: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그래서인지 현대자동차는 최선의 준비를 하고 자신만만하게 선보인 소형 SUV 베뉴의 판매목표를 연 1만5,000대로 비교적 낮게 잡았다. 월평균으로 따지면 1,250대 정도이고, 승용차 판매 순위로 따지면 내수 30위쯤이다. 소형 SUV 시장의 톱 2인 현대 코나와 쌍용 티볼리를 잡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저 르노삼성 QM3보다는 좀 더 팔겠다는 이야기다. 쉐보레 트랙스와 기아 스토닉이 월 1,000대 전후를 기록 중이니 그 언저리가 성대한 데뷔 무대를 가진 베뉴의 소박한 판매목표다.



 볼륨모델 노리는 셀토스 [출처: 기아자동차]


셀토스는 그보다는 좀 더 야심차다. 기아자동차가 제시한 판매목표는 연 4만대로 월 평균 약 3,300대 수준. 소형 SUV 시장을 이끄는 쌍용 티볼리, 현대 코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속내다. 참고로 지난해 현대 코나가 총 5만대 정도 판매됐고, 쌍용 티볼리가 약 4만4,000대 팔렸다. 연 17만대였던 지난해 소형 SUV 시장은 올해는 결국 2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지난해 시장 규모에 베뉴의 셀토스의 6개월 판매 목표인 7,500대와 2만대만 더해도 약 20만대 가까이 된다. 하지만 부분변경 티볼리와 신차 베뉴와 셀토스의 등장 등 신차효과를 고려하면 그보다는 약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베뉴의 판매 목표는 생각보다 소박하다 [출처: 현대자동차]


결국 제로섬 게임이다. 현대자동차조차도 베뉴를 출시하며 보여준 태도와 제시한 목표를 생각하면 소형 SUV 시장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신차효과 덕에 소형 SUV 시장은 좀 더 성장하겠지만, 다른 승용차의 몫이 줄 것이다. 자동차를 사줄 소비자가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 한 말이다. 결국 서로의 판매량을 뺏고 뺏기며 치열한 제로섬 게임을 벌일 것이다. 다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제로섬 게임에 투입될 수조차 없다. 다른 모델이 선점한 시장에 파고드는 게 쉬울 리 있겠는가? 더군다나 소형 SUV 시장은 현 시점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기발한 아이디어 가득한 현대 베뉴


베뉴의 실내 [출처: 현대자동차]


베뉴는 실제 꽤 괜찮은 상품성을 갖고 있다. 작지만 강하며 개성이 넘치는 외모를 지녔고 정통 SUV에 가까운 비례도 코나나 티볼리와는 다른 매력을 뽐낸다. 운전석에 앉으면 약간 세워진 A필러와 높은 시트 포지션 덕분에 시야가 꽤 시원하다.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m를 발휘하는 1.6L 가솔린과 IVT 무단변속기의 조화는 무난한 가속력과 적당한 연비를 보여준다. 주행성능도 나쁘지 않다. 뒤쪽 서스펜션이 토션빔이라 불만인 사람도 있겠지만, 크게 거슬릴 건 없다.


 강인한 인상의 전면부, 
적외선 무릎 워머 [출처: 현대자동차]


덕분에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과 낮은 가격을 제공 받기도 하고 주행감도 괜찮다. 높은 차체와 짧은 휠베이스를 가졌지만 고속에서 안정감이 좋다. 코너에서도 예상보다 롤은 덜했다. 하지만 타이어 한계가 대체로 빨리 찾아왔다. 17인치 휠 기준으로 폭이 205mm인 타이어가 들어가는데, 덩치에 비하면 두께는 충분하다. 튜익스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적외선 무릎 워머는 유쾌한 아이디어다. 2열석 등받이 쪽에 따로 수납할 수 있게 한 러기지 스크린 역시 번뜩인다.


차급의 한계는 뚜렷



 베뉴의 적재공간 [출처: 현대자동차]


물론 원가 절감의 흔적도 역력하다. 뛰어난 NVH를 내세웠지만 시속 110km가 넘어가면 풍절음이 꽤 거슬린다. 무단변속기 특성상 높은 엔진 회전수를 많이 쓰는데 엔진음이 실내에 거칠고 크게 들어온다. 실내에 쓰인 소재들도 두루 질감이 거칠다. 손에 닿는 부분들마저도 그렇다. 스티어링 휠을 감싸고 기어 부츠에 쓰인 인조가죽은 정말 인조인 티를 너무 낸다. 뒷좌석도 꽤 좁다. ‘혼라이프 SUV’라는 표어가 전략적이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부 ADAS 사양을 기본화했다. [출처: 현대자동차]


그렇다고 베뉴를 대충 만든 건 아니다. 각종 전방 충돌 방지 보조와 차로 유지 보조 등 각종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가 기본으로 들어갔다. 심지어 동작이 매끄럽다. 안전 대응 설계도 꼼꼼하다. 인도에 먼저 출시해 안전 설계가 미흡한 이른바 ‘제3세계용’이 아닌가 의심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스몰오버랩까지 대응한 설계로 북미와 유럽에도 출시할 계획이다. 
 ‘혼라이프 SUV’를 내세운 베뉴가 소형 SUV 중에서도 가장 작은 체구인 반면, ‘하이클래스 소형 SUV’를 표방한 셀토스는 소형 SUV 중 제일 큰 덩치를 자랑한다. 베뉴와 셀토스가 등장하기 전 국내 판매를 시작한 소형 SUV의 평균 길이는 4,182mm다. 그런데 베뉴는 4,040mm, 셀토스는 4,375mm다. 둘 다 지금까지 없던 ‘클래스’다.


게임 체인저, 기아 셀토스


준중형 SUV 버금가는 덩치 [출처: 기아자동차]


그중에서도 좀 더 고무적인 쪽은 셀토스다. 셀토스는 종전 소형 SUV 중 가장 큰 쉐보레 트랙스와의 길이 차이가 120mm다. 반면, 준중형 SUV 중 제일 작은 쌍용 코란도와의 길이 차이는 75mm에 불과하다. 소형 SUV보다는 차라리 준중형 SUV에 가까운 덩치다. 덕분에 실내 크기부터 남다르다. VDA기준 498L인 트렁크 용량과 965mm인 2열석 다리 공간은 모두 동급 최대다.


10.25인치 센터모니터를 탑재했다 [출처: 기아자동차]


크기만 큰 것도 아니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와 컴바이너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 보스 오디오 시스템, 사운드 무드 램프, 2열 송풍구, 첨단 운전자 보조 장비인 ADAS 시스템 등 각종 장비도 동급 최고 수준으로 제공한다. 물론 대부분 최고 트림에서만 지원되거나 선택해야 하는 옵션이긴 하지만, 해당 옵션을 아예 선택할 수 조차 없는 동급 모델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컴바이너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 [출처: 기아자동차]


주행감도 좋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27.0kg•m를 발휘하는 1.6L 터보는 7단 듀얼클러치와 조화를 이뤄 충분한 힘으로 빠르게 가속한다. 다만 변속 타이밍은 대체로 이르고 여유로운 편이다. 역동적인 느낌보다는 효율과 안락한 승차감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서스펜션 세팅도 적당하다. 편안한 승차감을 확보한 동시에 주행 안정성도 그리 손해 보지 않았다. 그야말로 승차감과 안정성을 절묘하게 아우르는 그 어디쯤인데, 기아자동차가 또 그걸 꽤 훌륭하게 해냈다. 사실 서스펜션이라는 게 미묘한 차이로 꽤 다른 질감을 선사한다. 셀토스의 경우 도심형 SUV로 딱 괜찮은 정도를 근사하게 찾아냈다. 다만 제동자세가 불안하다. 고속에서 급하게 제동하면 자꾸만 머리를 왼쪽으로 돌린다. 시승차의 경우 타이어 공기압에도 문제는 없었지만 이상하게 불안한 자세를 교정하지 못했다. 노즈는 기대보다 내리꽂지 않았지만 자꾸 고개를 돌리는 탓에 실망감이 커졌다.

1.6 터보와 7단 DCT를 조합했다 [출처: 기아자동차]


셀토스 좋은 상품이지만, 좋은 차라기엔 부족

살펴보니 셀토스를 좋은 차라 말하기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좋은 상품이라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동급 세그먼트나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차들과 비교해보면 분명 우위에 있다.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확장성은 베뉴보다 셀토스가 월등하다. 소형 SUV나 준중형 SUV, 준중형 및 중형 세단 등을 고려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꽤 매력적인 대안일 수 있다. 소형 SUV도 아니고 준중형 SUV도 아닌 크기가 어정쩡하기는커녕 오히려 틈새를 파고드는 요인이 됐다.

[출처: 기아자동차]


물론 셀토스의 이러한 크기 또한 소형 SUV 시장의 확장이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판단의 산물이다. 확장성이 큰 쪽이어야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때문에 2019년 하반기 소형 SUV 시장의 판도가 더욱 궁금해진다. 분명 요동은 칠 테니. 그런데 그 양상도 매우 흥미로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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