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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야기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일본 스포츠카
2019-06-10 4239
안녕하세요. (차)에 대한 (차)이를 만드는 (차)차차 차기자입니다.

일본 스포츠카는 뛰어난 ‘가성비’로 존재감이 높습니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급 스포츠카에 필적하는 성능을 즐길 수 있는 덕분에 고정팬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일본 스포츠카의 전성기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를 꼽습니다. 당시 버블경제에 힘입어 미드쉽 레이아웃컨버터블전용 엔진 및 전용 플랫폼 등 고가의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모델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미드십 컨버터블 경차는 버블시대였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출처: 혼다]

버블경제와 일본 스포츠카 전성기
닛산 스카이라인 GT-R, 토요타 수프라, 마쓰다 RX-7, 혼다 NSX,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등 각 회사마다 자사를 대표하는 스포츠카가 하나 이상씩 존재했죠. 사실 스포츠카는 한정적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차종인 까닭에 판매량이 많지 않은데요. 수익이 적거나 적자를 보기 쉬워 쉽게 내놓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사람들이 스포츠카에 얼마나 열광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토요타 수프라


4세대 수프라(1993~2002) [출처: 토요타]

수프라는 1978년 처음 등장합니다. 스페셜티카인 셀리카의 파생 모델이자 상위 모델로 개발됐으며, 해외에서는 ‘셀리카 수프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됩니다. 당시 토요타는 세 가지 전략을 통해 쿠페 시장을 공략합니다. 젊은 고객을 겨냥한 셀리카, 고급형 스폐셜티카 수프라, 고급 GT 쿠페 소어러로 각 차마다 성격을 구분 지었지요. 이 중 수프라는 지향점이 크게 다른 두 모델 사이에서 어중간한 이미지를 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확고한 팬을 거느리게 된 건 1993년 4세대 모델부터입니다.


수프라는 드래그레이스에서 명성이 높다

4세대 수프라(1993~2002) [출처: 토요타]

4세대 수프라는 직렬 6기통 3.0L 자연흡기와 터보 두 가지를 탑재해 각각 220마력, 280마력을 발휘합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1초만에 도달하는 강력한 가속력(3.0L 터보 기준)은 지금도 만만치 않은 실력입니다. 공차중량은 1.6t으로 당시 기준으로 보아도 상당히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1,000마력까지 성능을 끌어올려도 끄떡없는 엔진 내구성이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얻습니다. 이러한 장점은 드래그레이스에서 빛을 발합니다. 이는 길거리 드래그레이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분노의 질주(2001)’에서 주인공 ‘폴 워커’의 차로 4세대 수프라가 선정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프라는 2002년 일본 내 배기가스 규제로 인해 후속 없이 단종했으며, 17년의 공백을 거치고 올해 5세대 모델로 돌아왔습니다.


5세대 수프라 (2019~) [출처: 토요타]

5세대 수프라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BMW와 공동으로 개발했습니다. 신형은 사실상 BMW Z4의 엠블럼만 다른 쿠페입니다.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모두 BMW에서 개발했으며, 인포테인먼트 또한 BMW i드라이브를 수정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비틀림 강성은 2.5배 뛰어나며 15kg 가볍고 무게중심도 더 낮습니다. 엔진은 출력이 다른 4기통 2.0L 터보 두 가지와 직렬 6기통 3.0L 터보로 최고출력은 각각 197마력, 255마력, 340마력을 발휘합니다.


닛산 스카이라인 GT-R


역대 스카이라인 GT-R [출처: 닛산]

스카이라인 GT-R은 1969년 닛산의 중형 세단 3세대 스카이라인(C10)의 파생 모델에서 출발합니다. 1966년 일본 그랑프리에서 선전한 프린스 자동차 공업 R380 경주차의 정신을 이어받은 차지요. 후속인 켄메리(C110) GT-R 이후로 잠시 명맥이 끊겼다가 1989년 R32를 통해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전설적인 엔진인 직렬 6기통 2.6L 트윈터보 RB26, 상시 사륜구동, 4WS 등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막강한 성능을 발휘했는데요. ‘타도 포르쉐’를 목표로 경쟁 스포츠카를 압도하는 주행 실력, 출력을 1,000마력 이상 끌어올려도 끄떡없는 내구성 등 오너들의 호평이 잇따랐습니다.


스카이라인 R32 [출처: 닛산]

스카이라인 R34 [출처: 닛산]

이 같은 특징은 후속인 R33, R34가 이어받으며 더욱 완숙미를 갖추게 됩니다. 특히 직선 차체에 대형 리어윙, 네 개의 동그란 리어램프는 GTR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카이라인 GT-R은 2002년 단종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공석을 유지하다가 2007년 준 수퍼카로 도약한 ‘닛산 GT-R’로 돌아옵니다. 닛산 GT-R은 포르쉐 911터보보다 빠른 최초의 스카이라인입니다. 스카이라인은 앞서 언급한 1960년대 일본 그랑프리 시절부터 포르쉐를 이기기 위해 노력을 다해왔지요.



R34 RB26엔진 [출처: 닛산]

닛산 GT-R [출처: 닛산]

911터보를 누른 장소는 녹색지옥이라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트랙입니다. 유럽 스포츠카의 개발 본진이자 가장 가혹한 조건의 트랙이라는 점에서 무척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2008년에는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하며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7분29초03을 기록해 911터보보다 더 빠른 차임을 증명합니다. 2017년형 GT-R은 V6 3.8L 트윈터보를 얹고 최고출력 565마력을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을 2.7초에 끝냅니다.



혼다 NSX


혼다 NSX(1989~2005) [출처: 혼다]

혼다 NSX는 자동차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1980년대 일본은 소니 워크맨으로 대표되는 제조업 분야에서 강세를 이어갔고 미국 총생산(GDP)에 육박하는 경제력을 과시했습니다. 이러한 위세는 자동차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막강한 수익을 얻는 가운데 기업의 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수퍼카 개발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혼다 NSX는 미드십 페라리를 참조하여 개발합니다. 전설적인 F1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도 개발 막바지에 참여해 NSX의 정교한 세팅을 도우며 1989년 등장합니다.



혼다 NSX(1989~2005) [출처: 혼다]


혼다 NSX(1989~2005) [출처: 혼다]

NSX의 가장 큰 특징은 조작 편의성이 무척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쾌적한 시야, 안락한 승차감을 갖춰 운전하기 불편한 기존 수퍼카의 단점을 크게 개선합니다. 알루미늄 섀시로 경량화를 이룬 덕분에 출력이 부족한 V6 3.0L 자연흡기 엔진을 얹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주행성능을 자랑합니다. 혼다가 NSX에서 보여준 진보적인 설계 사상과 기술은 이후 개발되는 혼다 승용차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었으며, 전설적인 수퍼카 맥라렌 F1 개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NSX는 큰 변화 없이 2005년까지 판매됩니다. 즉 NSX의 잠재력과 성능이 그만큼 뛰어났다는 방증이지요.



혼다 NSX(2016~) [출처: 혼다]

NSX는 지난 2016년 하이브리드 전기 스포츠카로 화려한 부활을 알립니다. V6 3.5L 엔진과 전기 모터가 결합해 시스템 출력 약 580마력을 발휘합니다. 네 바퀴에 토크 분배가 자유로운 상시 사륜구동을 채택했습니다. 갈수록 조여오는 환경규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오늘날 스포츠카의 모습입니다.


마쓰다 RX-7


마쓰다 RX-7(1991~2002) [출처: 마쓰다]

RX-7의 역사는 곧 로터리 엔진의 역사와도 같습니다. 로터리 엔진은 로터가 직접 회전하며 압축-점화-폭발 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서 진동이 적고 폭발 행정이 연속되므로 동일 배기량 일반 4행정 엔진보다 두 배의 출력을 발휘합니다. 아울러 작고 가벼우며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어 스포츠카에 적합하다는 평가입니다. 단점으로는 엔진 기밀이 어려워 배기가스 발생이 많고 구조상 내부마모가 심해 내구성이 부족한 점을 꼽습니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엔진을 분해해서 수리를 거쳐야만 했지요.


마쓰다 RX-7(1991~2002) [출처: 마쓰다]

1978년 1세대 RX-7은 2로터 1.1L 얹고서 최고출력 101마력을 발휘하며, 1983년에 터보를 얹어 165마력으로 성능을 개선합니다. 1985년 2세대 RX-7은 포르쉐 944를 벤치마킹해 외관이 유사한 특징을 갖습니다. 최고출력은 205마력으로 당시 기준으로 상당한 고출력입니다. 명작이라 일컫는 3세대 RX-7은 버블경제가 끝날 때 즈음인 1991년에 출시합니다. 2로터 1.3L 트윈 터보를 얹고 최고출력 255마력을 발휘했으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5.5초에 불과합니다.


마쓰다 RX-7 로터리 엔진(1991~2002) [출처: 마쓰다]

만화 ‘이니셜D’에서 비중 있는 인물의 자동차로 등장해 더욱 유명합니다. RX-7은 로터리 엔진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가볍고, 무게중심이 낮으며 코너링 성능이 뛰어납니다. 수프라, 스카이라인 GT-R(R34)과 마찬가지로 2002년 배기가스 규제에 의해 단종되며 이듬해 2003년 후속 모델 격인 RX-8이 계보를 잇습니다.


이 밖에도…



튜닝을 염두에 두고 편의장비를 최소화 한  랜서 에볼루션 VI [출처: 미쓰비시]

미쓰비시는 1992년 준중형 세단 랜서에 바탕한 고성능 모델 랜서 에볼루션을 출시합니다. WRC의 호몰로게이션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평범한 승용차를 스포츠카로 개조한 것입니다. 참고로 호몰로게이션이란 레이싱팀의 무분별한 경쟁을 막기 위해 ‘레이스카는 양산차에 기반해야 한다’는 규정을 말합니다. 랜서 에볼루션은 기본 랜서와 생김새만 비슷할 뿐 내용은 전혀 다른 차였습니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고 섀시를 보강해 비틀림 강성을 높였습니다. 과거 쏘나타에도 탑재했던 시리우스 2.0L 터보의 냉각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앞 범퍼의 공기 흡입구를 큼직하게 뚫었고 공력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대형 리어윙도 달았습니다. 미쓰비시는 1~2년 주기로 꾸준히 성능을 개량하며 도로 위의 랠리카라는 별명을 얻습니다.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VI [출처: 미쓰비시]

오늘날 일본 스포츠카는 대부분 값이 비싼 탓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차가 되었습니다. 저렴한 튜닝을 통해 값비싼 고성능차의 자존심을 꺾던 예전 일본 스포츠카와는 거리가 멀어졌지요. 아직도 많은 이들이 1980년대~1990년대 일본 스포츠카를 그리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매거진 속 차량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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