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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뉴스 아우디 Q8 e-트론, 개명의 효과는 무엇일까?
2022-12-05 25726

한 번 정한 이름은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남들에게 각인된 이름을 바꾸면 큰 혼란이 생기죠. 법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도 한둘이 아닙니다. 이름 한 번 바꾸려면 큰 각오가 필요하죠. 그래도 이름을 바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발음이거나 뜻이어서 개명 신청을 하죠. 다행히 국가에서는 요건에 맞으면 이름을 바꾸도록 허락해줍니다. 


아우디 전기차 라인업을 가리키는 e-트론 [출처: 아우디]


자동차에도 이름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전통을 쌓은 이름은 가치가 엄청나죠. 수십 년 동안 같은 이름을 쓰는 차는 은근히 많습니다. 모델 이름에는 나쁜 뜻이 없어야 하고 입에 착 감겨야 하므로 자동차 회사들은 신중하게 이름을 짓습니다. 이 말은 곧 한 번 지은 이름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죠. 


현대 에쿠스에서 제네시스 EQ900, 그리고 제네시스 G90으로 브랜드와 이름이 바뀐 현대차의 기함 [출처: 현대, 제네시스]


그래도 자동차 이름이 바뀌는 사례는 종종 나옵니다. 성공할 줄 알았던 신모델이 실패하면 다음 세대 모델이 나올 때 신차처럼 새 이름을 쓰기도 합니다. 라인업 전체 모델 이름을 알기 쉽게 통일하느라 바꾸는 일도 있죠. 브랜드 전체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이름 체계를 싹 뜯어고치기도 합니다. 이 밖에 여러 이유로 이름을 바꿉니다.


아우디 Q8 e-트론 [출처: 아우디]


아우디에 Q8 e-트론이라는 새 모델이 나왔습니다. 아우디 전기차가 새로 나왔다니 귀가 솔깃하죠. 이름만 보고 어떤 모델인지 파악하려니 조금 헷갈립니다. e-트론은 아우디 전기차 라인업을 가리키는 이름이니 일단 전기차는 맞습니다. Q8은 내연기관 모델이 이미 있는데, 그렇다면 Q8의 엔진을 들어내고 전기차로 개조한 모델일까요? 아닙니다. Q8과 Q8 e-트론은 완전히 다른 차입니다. 도대체 Q8 e-트론의 정체가 뭘까요? 


내연기관 모델인 아우디 Q8 [출처: 아우디

2018년 아우디 첫 전기차로 선보인 e-트론 [출처: 아우디]


부분 변경 거치며 e-트론에 Q8 수식어 추가

Q8 e-트론은 e-트론의 부분 변경 모델입니다. e-트론은 아우디 전기차의 첫 모델이죠. 별다른 수식어 없이 e-트론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아우디 전기차 라인업을 가리키는 말이 e-트론이니, 모델명이면서도 라인업 이름이기도 한 독특한 존재였죠. 이후에 나온 모델은 e-트론 GT, RS e-트론 GT, Q4 e-트론, A6 e-트론(콘셉트카) 등 구분하는 단어가 다 붙었습니다. e-트론은 아우디의 첫 전기차이면서 e-트론 라인업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2018년에 아우디 첫 전기차로 선보인 e-트론 [출처: 아우디]


아우디 전기 SUV 라인업 최상위 모델 표시

그러면 왜 부분 변경을 거치면서 Q8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을까요? 아우디 측에서는 SUV/크로스오버 라인업의 최고 모델인 점을 분명히 하려는 조치라고 밝힙니다. 전기차 차종이 계속해서 늘어나니 모델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하려는 의도죠. 아우디는 2026년까지 전기차 모델을 20종 이상으로 늘리고, 이후에는 신차를 전기차로만 내놓기로 했습니다. 늘어나는 전기차를 효과적으로 알리려면 이름부터 명확하게 붙여야겠죠. 아우디 전기차의 첫 모델인 e-트론이 전 세계에 e-트론의 이름을 알리는 역할을 다하고 이제 본래의 자리를 찾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우디 Q8 e-트론 [출처: 아우디]


부분 변경 거치며 주행거리 확대

Q8이라는 새로운 수식어에 맞게 부분 변경을 거치면서 여러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먼저 배터리 용량을 키우고 관리 시스템을 조정해서 주행거리가 늘어났습니다. 뒷차축 전기모터는 코일 수를 늘려서 토크와 효율성을 동시에 개선했고요. 성능과 주행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공기역학도 개선했습니다. 공기저항계수도 SUV는 0.28에서 0.27, 스포트백은 0.26에서 0.24로 줄어들었습니다. 


공기저항계수가 줄어든 Q8 e-트론 스포트백 [출처: 아우디]


WLTP 기준 50 모델은 SUV와 스포트백이 각각 491km와 505km, 55 모델은 582km와 600km, S 모델은 494km와 513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성능은 여전히 고성능 전기 SUV답습니다. 50, 55, S의 출력은 각각 250kW, 300kW, 370kW이고 토크는 67.7kg·m, 67.7kg·m, 99.2kg·m입니다. 최고속도는 50과 55 모델이 시속 200km, S가 시속 210km에서 제한됩니다.  


아우디 Q8 e-트론 [출처: 아우디]


디테일한 요소로 디자인 고급화

디자인에도 변화를 줘서 싱글 프레임 그릴을 다른 e-트론 디자인과 비슷한 분위기로 바꿨습니다. 디테일한 요소도 더했는데요, B필러에는 아우디 최초로 ‘Audi Q8 e-tron quattro’라는 레터링을 새겼습니다. 그릴에 달린 4링 로고는 요즘 전기차 트렌드에 맞게 2차원 평면으로 다듬었습니다.

아우디 Q8 e-트론 [출처: 아우디]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관계

이름에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지만 Q8 e-트론의 본질은 e-트론의 부분 변경 모델입니다. 경쟁 관계도 거의 그대로 유지하죠. 메르세데스-벤츠 EQE SUV, BMW iX, 테슬라 모델 X, 폴스타 3, 캐딜락 리릭 등을 Q8 e-트론의 경쟁차로 꼽을 수 있습니다. 2018년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동급 경쟁차를 찾기 힘들 정도로 Q8 e-트론 급 차종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여러 대로 늘었습니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죠. 

 

BMW iX [출처: BMW]

메르세데스-벤츠 EQE SUV [출처: 메르세데스-벤츠]


성능과 주행거리를 개선하고 디자인도 다듬었으니 Q8 e-트론은 이름에 새로운 수식어를 달 만하죠. 사실 이름에 수식어 하나붙이는 거는 애교로 봐줄 만합니다. 자동차 이름을 왕창 뜯어고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거든요.    


기아 K3 1세대 부분 변경(2015), 기아 K5 1세대(2010), 기아 K7 2세대(2016) [출처: 기아]


디자인 혁신과 함께 생겨난 기아 K시리즈

가까운 예로 기아를 들 수 있습니다. 기아는 모델별로 독자적인 이름을 사용하고 세단 라인업에는 규칙에 따라 정해진 이름을 붙입니다. K3, K5, K8, K9으로 크기에 따라 숫자를 높여가죠. 기아 K시리즈의 시초는 2009년에 선보인 K7입니다. 디자인 혁신을 시도하고 브랜드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모델 이름을 바꾼 거죠. 준중형차 포르테 후속은 K3, 중형차 로체 후속은 K5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캐딜락 중형 세단의 이름 변화, CTS와 CT5 [출처: 캐딜락]


21세기 초 알파벳 조합 이름 도입한 캐딜락

차명 변경 얘기를 하면 캐딜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00년대 초 CTS를 앞세워서 브랜드 혁신 작업을 하면서 개별 이름을 쓰던 모델명을 알파벳 조합으로 바꿨죠. 2002년 CTS를 시작으로 SRX, XLR, DTS, BLS, STS, XTS, ATS 등이 나왔습니다. 유일하게 에스컬레이드만 원래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워낙 상징성이 큰 모델인데다가 인지도가 아주 높은 이름이었거든요. 캐딜락 모델의 이름은 2010년대 중반 부분 변경을 거칩니다. 알파벳과 숫자를 합친 이름이 고급차 시장에 유행하면서 이름을 바꾼 거죠. CT4, CT5, XT4, XT5, XT6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물갈이합니다. 그럼에도 에스컬레이드는 여전히 에스컬레이드란 이름을 지켰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링컨 네비게이터 [출처: 캐딜락, 링컨]


이름을 두 번이나 크게 바꾼 링컨

캐딜락과 함께 마국 고급차 브랜드로 통하는 링컨은 특이하게도 21세기 들어 이름을 두 번이나 크게 바꿨습니다. 2000년대 중반 개별 이름을 쓰던 체계를 MK시리즈로 통일해버리죠. MKZ, MKX, MKT, MKS, MKC 등이 이때 나왔습니다. 스플릿 윙 그릴을 써서 디자인을 통일하고 이름도 바꾸는 등 쇄신을 거듭하다가 2010년대 말쯤 다시 개별 이름으로 돌아갑니다. MKC는 코세어, MKX는 노틸러스로 바뀌죠. 신 모델에는 예전에 쓰던 에비에이터를 갖다 씁니다. 재미나게도 대형 SUV 네비게이터는 이름 체계가 두 차례나 바뀌는 중에도 원래 이름을 그대로 이어갑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같은 케이스죠. 


링컨 MKX와 노틸러스 [출처: 링컨]


몇몇 브랜드의 이름 변화를 알아봤습니다. 워낙 큰 변화도 많아서 아우디 e-트론이 Q8 e-트론으로 바뀐 것이 소소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름이 바뀌어도 차만 좋게 나온다면 혼란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겁니다. 업체들도 혼란보다는 개명의 효과가 더 크니 이름을 바꾸는 거겠죠? 다음번에는 또 어떤 차가 이름을 바꾸고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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