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동차 이야기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개발자의 집념이 만든 스포티지
2019-02-11 6534

혼다 NSX [출처: 혼다] / 렉서스 LS400 [출처: 토요타]



안녕하세요. (차)에 대한 (차)이를 만드는 (차)차차 차기자입니다.

자동차 분야에선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술을 차곡차곡 쌓아야만 발전할 수 있는 까닭에 회사 간 기술 격차가 또렷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변은 일어납니다. 전설적인 스포츠카 혼다 NSX(1990년), 럭셔리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렉서스 LS400(1989년)이 대표적이지요. 이들은 앞선 기술과 개발 방향을 통해 소비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선진 자동차 회사가 벤치마킹할 만큼 혁신적이었습니다. 한편 자동차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도 이런 차가 존재합니다. 바로 기아 스포티지입니다.

 

좌측부터 마쓰다 121, 포드 페스티바, 기아 프라이드 [출처: 마쓰다, 포드, 기아]


스포티지가 특별한 이유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때문입니다. 도심형 콤팩트 SUV를 처음 개척한 장본인이거든요. 승용차와 같은 승차감, 주행성, 운전 편의성을 갖추면서도 넓은 실내를 지녔고, SUV의 듬직함과 험로 주파 성능, 그리고 레저에서도 활용 가능한 자동차였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컨셉트는 무명의 자동차 회사를 전 세계가 주목하도록 만들었죠. 또한 세피아와 더불어 국내 최초로 플랫폼을 독자 개발한 차로 기록됩니다.


국내 최초로 플랫폼을 독자 개발한 세피아(1993)와 스포티지(1993) [출처: 기아자동차]



포드가 제공한 아이디어와 기아의 뚝심의 결실, 스포티지

스포티지의 개발 비화는 포드-기아의 두 번째 월드카 프로젝트에서 비롯됩니다. 1988년, 포드는 마쓰다가 설계하고 기아가 생산하며 포드가 판매한 첫 번째 월드카 프라이드(포드 페스티바, 마쓰다 121)의 성공을 계기로 때마침 구상하던 콤팩트 SUV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개발할 것을 기아 측에 제안합니다. 그러나 기아는 회사 주식 절반을 내놓으라는 이들의 요구를 거절한 채 콤팩트 SUV 개발을 독자적으로 진행합니다. 당시 기술 도입선인 마쓰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포드와 관계가 깊던 마쓰다가 비협조적으로 나왔기 때문이죠.


포드의 소형 SUV가 등장한 건 스포티지가 등장하고 한참 뒤인2001년에 이르러서다 [출처: 포드]


아쉽게도 당시 기아의 기술 능력은 보잘것없었습니다. 차체 설계의 근간이 되는 언더보디, 즉 플랫폼은커녕 껍데기인 어퍼보디 조차도 혼자서 만든 경험이 없었거든요. 우선 기아는 앞서 진행한 월드카 프로젝트(프라이드)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차 개발 계획을 만들어나갔습니다.이들은 먼저 개발 목표부터 세웠습니다. 라이센스 제약 없이 수출할 수 있는 기아의 독자 모델로말이죠. 왜냐하면 당시 국내 SUV 시장은 아주 작았기 때문에 세계 시장 진출이 불가피했던 상황이었거든요.


 [출처: 기아자동차]

이를 위해 개발자들은 미국 빅3의 새차 개발 과정에 관한 자료를 공부하며, 당시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으로 건너가 개발 시점에서 가장 인기였던 포드 브롱코와 스즈키 사무라이를 세밀하게 분석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4WD 차로 미국 전역을 달리며 비교 테스트를 벌였죠. 그리고 그중에 성능이 우수한 몇 개의 차를 선별해 이를 스포티지의 목표 성능으로 삼았습니다.


토요타 RAV4(1994) [출처: 토요타]


혼다 CR-V(1995) [출처: 혼다]
 

세계가 주목한 스포티지의 앞선 컨셉트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스포티지는 여러모로 다른 SUV가 벤치마킹하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독특한 패키징이었습니다. 보디온프레임 방식에도 불구하고 객실이 놓이는 휠베이스 안쪽 차체 프레임을 최대한 낮게 설계해 승객이 타고 내리기 쉽게 만들었고,덕분에 무게중심도 낮아지면서 승차감과 조종성도 좋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실내공간을 넓게 확보했죠. 엔진은 마쓰다의 2.0L FE 엔진을 후륜구동 설계에 맞춰 손질하고 변속기와 트랜스퍼 케이스도 새로 만듭니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위시본, 뒤에는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우수한 성능을 내는 장구형 4링크식 코일 스프링을 채택했죠.


스포티지는 해외 판매망이 빈약한 까닭에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다 [출처: 기아자동차]



1997년에는 롱보디 사양인 스포티지 그랜드를 출시한다 [출처: 기아자동차]



유럽 판매분은 위탁생산업체 카르만에서 조립했다 [출처: 기아자동차]

굵직한 개발을 끝낸 기아는 시판에 앞서 차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1991년 도쿄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합니다. 이를 본 해외 자동차 전문가가 “한국도 저런 차를 만들 수 있느냐며” 호평을 쏟아내자, 기아도 신차에 대한 확신을 얻습니다. 실제 판매는 2년 뒤인 1993년부터 이뤄졌습니다. 그동안 자잘한 단점을 보완하기 바빴죠. 하지만 수출해본 경험이 사실상 전무했던 탓에 제대로 된 해외판매망을 갖추지 못했고, 스포티지에 영향받은 토요타 RAV4, 혼다 CR-V가 등장하면서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인기가 꾸준하여 2000년대 초반까지 기아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링카로 자리합니다.


2세대 스포티지는 1세대가 단종한 지 2년 뒤인 2002년에 등장한다 [출처: 기아자동차]


산뜻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던 3세대 [출처: 기아자동차]


4세대로 진화한 스포티지 [출처: 기아자동차]


SUV 명가, 기아의 대표주자 스포티지

기아는 스포티지 이후로 걸출한 SUV를 꾸준히 배출하면서 SUV 명가로 자리 잡습니다. 스포티지 프레임 섀시를 바탕으로 레토나, 쏘렌토(1세대)를 만들어냈죠. 반면 스포티지 후속은 단종한 지 2년만인 2004년에 등장합니다. 아반떼 XD 플랫폼에 바탕한 투싼(1세대)의 형제차로 말이죠. 더더욱 승용차에 가까워진 스포티지는 이후 꾸준히 개량을 거듭하면서 지난 2015년 4세대로 진화합니다. 최근에는 중형 SUV와 소형 SUV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포티지가 위치한 준중형 SUV 시장이 상대적으로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효율적인 1.7L 디젤과 듀얼클러치 변속기로 경제성을 높이는 등 변화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와 시장의 흐름을 바꾼 기아 스포티지는 후발주자의 뚝심과 의지가 빚어낸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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