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동차 이야기 토요타 수프라 & BMW Z4 알고 보니 같은차?
2019-01-24 5005
안녕하세요. (차)에 대한 (차)이를 만드는 (차)차차 차기자입니다.

‘형제차’라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같은 뼈대로 빚어 설계를 공유하는 차를 두고 하는 말로, 보통 ‘배지엔지니어링’이라 합니다. 하나의 차를 만들어 여러 브랜드로 파는 이러한 방식은 장단점이 매우 또렷합니다. 개발비를 절감하고, 공유의 경제를 이뤄 부품 원가도 낮출 수 있는 반면, 모델 간 개성이 부족하고 특화된 설계가 없다는 점이 아쉽죠. 






포드 팬더 플랫폼 세단,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 머큐리 그랜드 마퀴스, 머큐리 머로우더 [출처: 포드]

실패한 배지엔지니어링의 대표 사례, 캐딜락 시마론

한편 배지엔지니어링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있는데요. 바로 GM입니다. GM은 배지엔지니어링을 가장 즐겨 하는 회사였습니다. 최악의 사례로 남은 캐딜락 시마론을 만들기 전까지는 말이죠. 1980년대 초 GM은 쉐보레 카발리어를 산하 브랜드를 다섯 곳을 통해 각각 폰티악-J2000, 올즈모빌-피렌자,뷰익-스카이호크, 캐딜락-시마론으로 함께 출시합니다. 처음부터 모델이 공유될 것을 염두에 두고 보닛과 프론트 펜더 파팅 라인을 일직선으로 자르고 범퍼,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합한 얼굴만 갈아치울수 있도록 설계했죠. 


캐딜락 시마론과 쉐보레 카발리어 [출처: GM]

그러나 고급 브랜드 캐딜락으로 출시한 시마론은 캐딜락 고객이 보기에 실망스러웠습니다. 쉐보레 카발리어와 큰 차이를 두지 못 한 채 차값만 비쌌기 때문이지요. 소비자 평가는 당연히 나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자동차회사는 시마론의 사례를 보면서 이러한 상품 기획 방식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신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이제는 공동개발이라 불러주오!

어찌 보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에 가까웠던 이러한 일들은 이제 자취를 감췄습니다. 고객의 정보공유가 활발해지고 차에 기대하는 수준도 과거보다 더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기본 설계만 공유하고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은 브랜드 성격에 맞춰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이룹니다. 제품 개성과 특징을 살려 고객의 만족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공동개발에 가까운 셈이지요.

토요타 수프라 & BMW Z4


[출처: 토요타, BMW]

수프라는 뛰어난 엔진 내구성과 견고한 차대 덕분에 1,000마력이 넘는 튜닝에도 견디는 등 한계 성능이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영화 분노의 질주에서도 주인공의 차로 등장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이름을 날렸죠. 그러나 이 같은 유명세와는 달리 배기가스 규제로 인해 단종된 4세대(A80, 1993~2002)를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습니다. 스포츠카는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데다가 수요도 많지 않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쉽사리 후속 모델을 내놓기 어려웠던 것이죠. 
  

BMW흔적이 가득한 토요타 수프라(좌), BMW 최신 콕핏으로 거듭난 Z4 [출처: 토요타, BMW]

그러나 이번에 공개한 신형 수프라는 BMW와 공동개발을 통해 이러한 고민을 해결했습니다. 신형 수프라는 BMW Z4에 기반합니다. 340마력을 발휘하는 직렬 6기통 터보와 이와 맞물린 ZF 8단 변속기도 같습니다. 실내는 토요타 특유의 에어밴트를 제외하면 한 세대 이전 BMW와 비슷합니다. 스티어링 휠 버튼, 기어레버, 인포테인먼트, 공조기가 특히 그렇죠. 두 차의 가장 큰 차이는 보디 형식입니다. BMW Z4는 하드탑 컨버터블인 반면 수프라는 2시터 쿠페입니다. 또한 길쭉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등 오리지널 수프라를 오마주한 조형 요소도 가득합니다.
 

마즈다 MX-5 & 피아트 124 스파이더
  

마즈다 MX-5(좌), 피아트 124 스파이더(우) [출처: 마즈다, 피아트]

MX-5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전세계인으로부터 꾸준한 사랑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MX-5도 스포츠카인탓에 많은 판매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이에 따라 한대당 짊어져야 할 개발비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FCA그룹의 피아트는 마즈다에게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MX-5를 자사의 124 스파이더로 팔고 싶다고 말이죠. 피아트 124 스파이더는 1960년대를 풍미한 경량 로드스터의 원조 모델 중 하나입니다.


오리지널 124 스파이더를 오마주했다 [출처: 피아트]

낭만적인 이탈리아 사람의 취향이 어떤지를 대번 알 수 있는 차로 MX-5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오리지널 모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합니다. MX-5와 124 스파이더는 같은 뼈대를 사용했다는 것 말고는 차이가 큽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차가 공유하는 철판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피아트 124 스파이더의 얼굴은 오리지널 124 스파이더를 그대로 떠올리게 합니다. 넓고 반듯한 트렁크 리드와 사각 테일램프도 오리지널 모델을 오마주한 흔적이죠. 엔진도 다릅니다. MX-5는 183마력의 2.0L 엔진이지만 124 스파이더는 140마력의 1.4L 터보를 얹죠. 오리지널 경량 로드스터의 명가로써 마지막 지킨 자존심이랄까요?
 

메르세데스 벤츠 GLA & 인피니티 QX30
  

메르세데스-벤츠 GLA(좌), 인피니티 QX30(우) [출처: 메르세데스-벤츠, 인피니티]

인피니티 QX30은 벤츠의 서브콤팩트 크로스오버 GLA에 기반합니다. 차의 골격이 되는 이너 패널을 그대로 둔 채 바깥쪽 철판 성형만 다시 한 스킨체인지 모델입니다. 파워트레인도 벤츠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며 실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시트 프레임도 같습니다. 사실상 디자인만 다른 GLA라 할 수 있죠.


메르세데스-벤츠 GLA(좌), 인피니티 QX30(우) [출처: 메르세데스-벤츠, 인피니티]

뿐만 아닙니다. 창문 스위치, 스티어링 휠 버튼, 계기판, 공조기 등 손에 닿고 누르는 대부분의 것들은 물론, 심지어 차 키조차 벤츠에서 가져왔습니다. 이는 인피니티를 운영하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메르세데스 벤츠 양사 간의 협력에 의한 것으로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는 르노의 소형 상용밴을 공급받아 벤츠의 배지를 달아 팔고 있으며, 반대로 인피니티 Q50은 벤츠의 디젤 파워트레인을 도입하여 양산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가장 취약한 제품 라인을 공유하면서 개발비를 아끼는 전략이지요. 
 

토요타 86 & 스바루 BRZ


 [출처: 스바루, 토요타]

스바루 BRZ와 토요타 86은 양사의 기술력을 동원한 공동개발 작품입니다. 스바루가 토요타 소속이 되면서 누구의 입김이 더 강하게 들어갔는지를 따지는 게 의미가 없어졌지요. 앞/뒤 범퍼, 엔진룸 커버 정도를 제외하면 두 차는 완전히 동일합니다. 처음에 언급한 배지엔지니어링 의미에 가장 가까운 차지요. 스바루가 설계한 4기통 복서 엔진을 장착한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고 가볍고 작은 차체 덕분에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한계 성능이 높고 운전 재미도 뛰어난 덕분에 마니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작년
미국에 판매된 두 차의 대수는 토요타 86이 4,133대, 스바루 BRZ가 3,834로 토요타가 조금 더 우세합니다. 만화 이니셜D에서 인기를 끈 오리지널 AE86의 이름을 빌려온 덕분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최근에는 무분별한 배지 엔지니어링은 보기 드물며, 적어도 안팎 디자인에는 차이를 둡니다. 그래도 차를 유심히 살펴보면 중점적으로 개발을 맡은 회사가 어디인지는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 깃든 개발자의 철학은 함부로 흉내 낼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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