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UV 인기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8년 말 현대 팰리세이드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불을 지핀 이후 소수만 찾던 대형 SUV는 제조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탈바꿈했어요.
팰리세이드는 출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요즘도 일부 모델은 출고 대기가 6개월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대단합니다.
대형 SUV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죠. 유례없는 인기에 국내외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신차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도 국내 대형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사실 캐딜락은 에스컬레이드라는 세그먼트의 왕을 만들며 ‘큰 차’ 만들기에 일가견이 있는 회사에요.
한집안 식구인 GMC의 기술력도 캐딜락을 뒷받침해줘 대형 SUV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번에 선보인 대형 SUV XT6는 캐딜락의 정수를 이어받은 모델로 완성도에 대해서 두말할 필요가 없어요.
그럼에도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맞출 수 있을지 직접 경험해 봤습니다.
큰 차답게 XT6는 듬직한 덩치를 자랑합니다. 길이 5,050mm, 너비 1,965mm, 높이 1,750mm로 국내 대형 SUV보다 더 큰 체격을 갖고 있어요.
상당히 큰 몸집이지만 둔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에스칼라 콘셉트 디자인을 이어받은 덕분이죠.
XT6는 모습은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았습니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큼직한 그릴, 세로형 주간주행등과 직선을 강조한 범퍼 디자인 등 단순함을 엮어 세련된 앞모습을 완성했어요.
3열까지 뻗은 큼직한 유리창과 딱 떨어지는 D필러는 SUV에도 쿠페형 라인을 사용하는 요즘 트렌드와 달리 캐딜락이 고수하는 정통 SUV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휠은 20인치가 장착돼요. 처음에는 ‘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커다란 체격 덕분인지 잘 어울립니다.
바퀴를 감싸는 휠하우스는 여유 공간이 적고 플라스틱 몰딩을 차체 색깔과 동일하게 마감해 비포장보다는 잘 닦인 아스팔트에 어울리는 차의 성격을 알려줘요.
뒷모습은 신형 CT6와 비슷합니다. ‘ㄱ’자 형태의 테일램프와 둘을 이어주는 두툼한 크롬 라인, 사각형 배기구는 다부진 모습을 보여줘요.
입체적인 굴곡이나 라인을 만드는 대신 앞모습부터 이어진 깔끔한 디자인을 이어갑니다. XT6 후면에는 400이라는 낯선 숫자가 붙어 있어요.
캐딜락의 새로운 모델 분류법으로 XT6의 토크(400Nm)를 나타냅니다. 다운사이징과 전동화로 점점 줄어드는 배기량 대신 높은 숫자를 활용해 고성능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어 더 효과적이죠.
XT6는 V6 3.6L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0kg.m의 힘을 발휘합니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차는 고요하게 준비를 시작해요. 가솔린차 특유의 섬세하고 세련된 스로틀 반응이 인상적입니다.
커다란 덩치가 주는 부담감만 없다면 마치 안락한 준대형 세단을 모는 듯하죠. 출발할 때 가속 느낌은 부드럽습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니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4,500rpm 이상 치솟으며 속도를 높여요. 조금의 지체도 없이 치고 나가는 느낌이 짜릿합니다.
터보로 쥐어짜며 속도를 올리는 다운사이징 엔진과 다른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특성을 명확히 경험하는 순간이에요.
스로틀을 여는 순간부터 지연 현상 없이 빠른 가속이 가능하며 운전 스트레스는 저절로 줄어듭니다.
하이드로매틱 9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XT6 복합 연비는 8.3km/L입니다. 디젤을 사용하는 다른 대형 SUV와 비교해 연료 효율은 낮은 편이죠.
2.1톤에 달하는 무게와 우람한 덩치, 네바퀴굴림 시스템,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 등 효율이 잘 나올 수 없는 조합입니다.
정속주행 등 특정 상황에서 2개의 실린더를 비활성화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과 83L에 이르는 연료탱크 용량으로 주유소를 자주 갈 필요는 없어 다행이죠.
동력계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서스펜션입니다. 앞 멀티링크 스트럿, 뒤5링크 타입으로 세팅이 훌륭해요.
도로의 굴곡을 최대한 거르면서 안정적인 자세와 차분한 승차감을 발휘합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액티브 스포츠 섀시를 기반으로 노면에 즉각 반응하고 코너링에서 차체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어합니다.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움직임을 보여줬어요. 고속에선 무게중심을 낮추고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며 속도를 높입니다.
주행 안정성이 뛰어나 속도가 높아져도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어요.
실내는 XT6의 핵심입니다. 두툼한 문짝을 열면 널찍한 실내공간이 눈에 들어와요.
수평형 센터페시아 구조와 면적이 넓은 패널, 터치 요소가 많은 버튼 구성은 다른 캐딜락 모델과 비슷합니다.
캐딜락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컷 앤 소운' 공법을 적용한 실내는 고급스러워요.
모든 시트에는 최고급 소재 중 하나인 세미 아닐린 가죽을 적용하고 천장을 뒤덮은 알칸타라와 패널 곳곳에 스티치 마감을 적용했습니다.
센터페시아와 도어 안쪽에는 천연가죽과 고급 원목, 탄소 섬유를 사용해 호화롭게 꾸몄죠.
대형 SUV답게 넉넉한 2, 3열 거주성을 갖췄습니다. 등받이 각도 조절과 앞뒤 슬라이딩이 가능한 2열은 탑승자가 원하는 자세를 만들 수 있어요.
3열은 성인이 앉아도 불편하지 않고 헤드룸도 넉넉해 몸을 욱여넣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2열을 기울여 미끄러지게 하는 '피치 & 슬라이드’ 기능 덕분에 3열로의 탑승도 그리 어렵지 않아요.
트렁크 공간도 기대 이상입니다. 시트를 전부 이용할 때도 제법 넓은 공간을 보여줬고 바닥에는 여분의 깊은 수납함을 마련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요.
버튼 하나로 시트를 접을 수 있으며, 바닥 면이 평평한 풀 플랫 방식으로 '차박'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기본 적재공간은 356L, 3열 폴딩 시에는 1,220L, 2열과 3열을 전부 접으면 최대 2,229L 까지 확장돼요.
XT6는 큰 차와 고급차를 잘 만드는 캐딜락의 기술력을 응축해 만든 결과물입니다.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 소재를 넉넉하게 사용한 실내, 각종 최신 기술의 탑재 등 소비자를 유혹할 거리가 넘쳐나요.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정숙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날로 관심이 높아지는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 ‘큰 차 원조’라 할 수 있는 캐딜락에서 만든 XT6의 행보가 기대되네요.